추억 부자

어제 우리교회 김장을 한다고 아내가 이른 아침에 베들레헴으로 올라왔었습니다. 여선교회 회원들이 함께 모여서 우리교인들이 잡수실 김장을 했다네요. 추운데 장을 봐온 사람들, 또 배추를 쪼개고 소금에 절인 사람들, 양념을 준비하고, 함께 버무린 사람들… 모두의 힘과 정성이 모여져서 일년동안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군침이돕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지난 코비드 때, 50불이상 물건을 사면 배추 한박스에 $4.99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부부는 무조건 배추를 사와서 장보러 못가는 교회 노인들께 참 많이도 김치를 해서 날랐었습니다. 또 이전 교회에서 바자회를 할 때면 배추 50박스, 무우 20박스의 김치와 깍두기를 하는 것을 저도 많이 도왔기때문에 김치의 공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강 압니다.
초겨울이면 한국에서 김장 하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부목사로 섬기던 보문교회에서는 배추를 몇백 포기를 해서 겨우내내 교인들이 먹었었고, 목사님들 것은 땅 속에 묻어 주셨었습니다. 저희는 그때 옥탑 방에 살았었는데, 그 김치를 꺼내러 가려면 문을 몇개를 열고아래로 내려가야 했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춥고 귀찮아도 땅 속에 묻어 놓은 커다란 독 속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김치를 꺼내다 먹는 즐거움은 어떤 추위도 막지 못했었습니다. 미국에 살다보니 ‘김장’ 이라는 아련한 추억을 다 잊어버리고 살았었는데, 우리교회 같이 작은 교회에서 김장을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런 저런 추억들이 생각나고, 그 추억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화롯불에 구워먹던 고구마, 비료포대를 깔고 신나게 내리달리던 눈 썰매, 친구들 옷속에까지 눈덩이를 넣으며 뒹굴던 눈 싸움, 밥짓는 냄새들, 지붕위로 피어 오르던 하얀 연기, 명절이 돌아오면 입겠다고 아끼던 새 옷들…이런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네요. 요즘 애들에게 이런 얘길 하면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냐고 할판인데 이런 것들이 재미있었으니 말입니다.
청년이 되었을 때는 눈오는 광화문, 한밤중 버스 정류장에 눈이 내리면, “광화문연가”라는 노래의 가사에도 나와있듯이, 눈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던 눈송이들….종로 서적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그 저녁, 156번 시내버스…

추억이 많은 사람은 나이가 먹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라는 말에 많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어린 시절의 억만 말하는게 아닙니다. 지금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나누는 얘기들, 하는 일들, 먹었던 음식들, 놀러갔던 것들, 모두가 내일이면 추억이 됩니다. 그러니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화내지 말고, 짜증내지도 말고, 아무쪼록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며 살기를 바랍니다. 오늘 나의 살아가는 모든 일상이 내일 꺼내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도록 말입니다.
추억 부자가 곧 인생 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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